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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내가 보내는 경고,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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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알림이 작성일19-04-05 11:55 조회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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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는 건 아닌데 필름이 자주 끊겨요.” 

“정신 차려보니 집에 와있더라고요 핸드폰이랑 지갑 다 잃어버리고...”

 

우리는 알코올 의존증이나 알코올 남용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한두 차례 필름이 끊기거나 술 마시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쩔 땐 "어제 나 완전 취했어, 10시 이후로는 아무 기억이 안 나."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도 있지요.

 

“누구나 한 번씩 경험이 있지 않나요?”

“저도 몇 번 있었는데... 글쎄 딱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과연 그럴까요.

흔히 필름이 끊긴다라는 의미의 증상을 블랙아웃, 알코올 유도성 일시적 기억상실증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뇌에는 뇌를 보호하기 위한 blood-brain-barrier(혈액뇌장벽) 이란 필터가 있습니다. 뇌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유해성 물질이나 액체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알코올은 다른 액체나 물질과는 다르게 혈액뇌장벽에 1차적으로 여과되지 않고 바로 우리 뇌에 도달합니다. 그만큼 직접적이고 강한 영향을 뇌에 미칠 수 있는 것이지요.

 

한 번의 블랙아웃이 생기면 뇌에 작은 멍이 든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강한 충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뇌가 기능을 못하게 되어 기억이나 판단력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지요.

얼굴이나 신체에 생기는 멍과 뇌에 생기는 멍이 다른 점은 뇌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도 이 멍이 사라지질 않고 영구히 남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번의 블랙아웃으로 생기는 멍의 크기는 아주 작습니다. MRI로 비추어 봤을 때도 잡은 좁쌀 크기 정도의 잘 보이지 않는 멍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3-4번이 되고 10번을 넘어갔을 경우엔 사정이 조금 달라집니다.

 

알코올 남용과 의존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1주일에 며칠이나 술을 마시느냐,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양, 어떤 종류의 술을 마시느냐, 술을 먹고 블랙아웃이나 주사, 욕설이나 폭력행위로 이어진 경우는 몇 번인가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1주일에 4번 이상, 소주 2병씩을 마셔온 A 씨가 있다고 칩시다. 20대 후반까지는 어떤 증상도 나타나질 않습니다. 원래부터 술이 셌고, 잘 취하지도 않은 터라 습관적으로 마십니다.

30대 중반이 되면 A 씨의 사정은 좀 달라집니다. 직장 내 정기 검진에서 간수치가 좀 높다는 말을 듣고, 소주 2병을 먹어도 거뜬하던 사람이 이젠 속이 안 좋고 걸음이 휘청거립니다.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반복되는 알코올이 뇌의 일부에 지속적으로 쌓여서 독이 된 것입니다.

40대 초반이 되면 복통을 자주 겪고, 눈의 색깔이 누르스름해지는 황달을 겪기도 합니다. 운동능력이 크게 저하되고 운전을 하거나 골프를 칠 때 손이 자주 떨리는 경험도 하고요.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점은 블랙아웃, 필름이 끊기는 횟수가 늘면 늘수록 뇌에 드는 멍이 계속 늘어나고 갈수록 더 큰 멍이 들게 됩니다.

이 멍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생기는 병이 알코올성 치매입니다.

 

우리는 그때서야 크게 후회를 하고 병원에 오며, 위기의식을 가집니다.

의사를 찾고 치매약을 서둘러 원하지만 아쉽게도 알코올성 치매의 예후는 무척 나쁘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 50대 후반부터 시작됩니다. 진행속도도 다른 치매보다 훨씬 빠르며 약에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유일한 치료법은 예방하는 것,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뿐입니다.

 

술을 먹어서 필름이 끊기는 것은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라 미래의 내가 안일한 나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너 이러다 큰일 난다고,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지금 당장 조심하라고 말이지요.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출처: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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